노상학 라디오스타박물관 자문학예사 roh38938@hanmail.net
이상범가옥 세미나 현장
종로 청전이상범가옥에서 9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주관으로 개최된 ‘한국 근대미술 세미나’는 현대미술에 지쳐있던 미술애호가에게는 단비와 같은 행사였다. 6회에 걸쳐 미술사가 및 평론가를 내세워 청전 이상범의 회화세계와 당시 화단에서 활동했던 동시대 서화가들까지 범위를 넓혀 조명한 점은 세미나를 더욱 빛나게 했다. 특히, 청전의 자취가 오롯이 느껴진 아담한 가옥에서 행사가 진행되어 좁은 공간임에도 관객의 집중력 및 몰입도를 높았다.
우리 근대미술에 대해 혹자는 90년대 이후 충분히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자평했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여전히 외면받는 공백이자 여백의 역사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20세기 근대의 여명이 밝아오자 시작된 36년의 일제 강점기, 광복 후 남북 간 이념대립, 그리고 이어진 동족 간 벌어진 참혹한 전쟁은 작가에게도 가족에게도 치유되기 어려운 깊은 생채기를 남겼으며 창작된 작품마저 앗아가고 말았다. 결국 하나의 우리 역사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절반의 역사만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반쪽의 역사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월북작가와 월남작가, 보헤미안처럼 타국을 떠돈 작가까지 발굴하여 체계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일제 강점기 문화정책에 가담한 작가 및 월북작가에 대해서도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결과물을 내는 문제 또한 근대 미술사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근대미술 세미나는 역사적 평가에 대한 현실적 한계 및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동시에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최근 근대미술관 건립 논의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만큼 사회적 합의(Public Acceptance)를 통해 초석을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