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smelzella@naver.com
전시 전경
관훈갤러리 1층, 두렁이 애오개소극장에서 창립예행전을 개최했던 1982-85년 작품이 쭉 펼쳐져 있다. 한데 대부분이 출력물이다. 원본은 군사정권의 공권력이 압수하거나 훼손했기 때문. 원본 아닌 사본이 시대의 엄혹함을 더 절묘하게 드러낸 아이러니. 의도된 컨텍스트였을까.
2층에 오르니 두렁의 전성기라 할 80년대 중후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성효숙 작가의 작품이 직관적으로 눈에 띄었다. 공장에 위장 취업한 이력 때문인지, 핍진함이 농도짙게 스며든 인상. 다른 의미로 흥미로웠던 건 사진 속 이기연 작가의 작품. 중앙에 깨알같이 적힌 노동자의 7가지 요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단연 시선을 붙드는 ‘주 5일 근무’ 다섯 글자. 한국이 주 5일제를 시행한 게 2004년, 작품이 그려진 시기는 1984년. 자그마치 20년 이상 싸워가며 얻어낸 노동 운동 성과가 그림에 투영됐구나 싶어 눈물이 그렁해졌다. 일부 대기업이 주 6일로의 회귀를 외치는 오늘날, 다시금 민중미술의 부흥이 필요한 게 아닐까.
3층 전시에는 6공화국으로의 전환 이후의 동인 활동이 담겼다. 구사대로추정되는 노조 탄압 세력의 폭력 행태에 대한 묘사가 눈에 띄긴 하지만 이전처럼 암울하지만은 않다. 여성주의에 대한 확장된 관심도 전달된다. 다만 2층 전시에서 체감했던 활기를 느끼긴 어려웠다.
흔히들 1994년의 ‘민중미술 15년’ 전시 이후 민중미술이 급격히 쇠락했다는데, 그 흔적을 이 전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일까. 전시 타이틀은 《두렁, 지금》(11.9-11.29)이지만 아쉽게도 회고적 성격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동인은 여전히 남아 쓰고 파고 그린다. 어떤 이는 ‘생태’에 어떤 이는 ‘아동’에 집중하며 동인의 진보적 명맥을 이어간다. 두렁의 지금을 더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