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5 ~ 201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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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이야기로 보는 경기도 풍경화의 향연(饗宴)
2015 경기도미술관 특별기획전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오는 9월 5일(토)부터 11월 15일(일)까지 기획전시실 A・B존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특별기획전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총 5부로 구성된 전시의 제1부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1층 프로젝트갤러리에는 “경기 팔경과 구경”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도내 31개 시군에서 홍보하는 각 지역의 ‘8경’・‘9경’이나 관광명소, 문화유적 등을 사진과 짧은 해설로 펼쳐놓았다. 이 공간을 벗어나 미술관 로비를 걷다보면 55인치 LED-TV 5대를 탑처럼 쌓아올린 구조물에서 폭포의 물줄기가 쉼 없이 떨어진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대표작인 <박연폭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펼쳐지는 2층 기획전시실 첫 번째 방은 “경기 팔경구곡과 이름난 곳”이라는 제목으로 동아시아의 오랜 전통인 ‘소상팔경’과 ‘무이구곡’을 간단하게 짚어보고 경기도의 대표적 명승인 수원팔경, 부계팔경, 벽계구곡을 그린 여러 작가의 그림들을 보여준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뛰어난 자연 경관과 함께 역사유적・고적이 많아 예로부터 이를 그린 그림이 많았다. 포천의 화적연, 양평의 벽계구곡, 안산의 부계팔경과 함께 경기도의 옛 땅이었던 개성(송도)의 풍경은 옛 그림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또한 수원 화성을 그린 그림은 조선시대 김홍도의 것이 남아 전하고 있으며, 나혜석과 박상옥 등 근대 화가들이 그린 화성 풍경화의 뒤를 이어 오늘날에도 오용길, 김대원, 김억, 김현철 등 여러 작가들에 의해 꾸준히 그려지고 있는 장소이다. 양주 회암사, 화성 용주사,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를 그린 이호신의 그림이나 조선후기 정조의 화성행차 그림인 박진명의 <화성능행도>에서는 시대를 넘어 경기도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화가들의 예리한 관찰력과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제2부의 주제는 “산은 강을 품고”, 제3부는 “강은 바다를 향하네”, 제4부는 “사람은 마을과 도시를 만들고”, 제5부는 “갈라진 땅 다시 만나리”라는 제목으로 ‘산-강-바다-사람-마을-도시-분단’이라는 키워드로 출품작들을 연계시키며 서사(敍事)를 만들어간다.
이 전시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경기도의 이름난 명승(名勝)과 실경(實景)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에서부터 근・현대의 풍경화까지 망라하는 통시적(通時的) 관점의 전시라는 데 있다.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 지우재 정수영이 옛 경기도의 산과 강을 그린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에서부터 원로 작가 오승우・김병기, 그리고 안석준의 산 그림, 송필용・이재삼의 폭포 그림, 이억영과 김범석의 한강 그림, 문봉선의 대작(大作)인 한강, 김혜련・박진화의 임진강, 김억・김보희・김동철・장태묵의 양수리 풍경, 김성호・이해균・문인환・이창희의 바다와 갯벌 풍경, 이이남의 미디어아트 박연폭포 등이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장쾌하게 펼쳐진다.
이 전시의 두 번째로 큰 특징은 경기도의 이야기를 지닌 풍경화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구상회화(具象繪畵) 전시라는 것이다. 특기할 점은 수원 화성과 함께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양수리) 일대의 풍경이 오늘날에도 매우 많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곳의 풍광이 빼어난 데다 이 주변에 들어온 지 30년이 되어가는 민정기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예술가들이 계곡과 마을에 흩어져 살면서 지역의 풍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우재 정수영이 그린 한강과 임진강 실경산수화에서부터 권기윤의 신륵사, 이종송의 그림도 강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 전시의 세 번째 특징으로는 사람과 마을, 도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고향을 회고하는 장우성의 평화로운 마을 풍경, 자신이 살고 있는 양평의 한적한 농촌을 그린 이윤호, 이천의 명물인 도자기와 쌀을 그린 이영환,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분당 풍경을 그린 김보중, 성남의 유명한 모란시장을 그린 박능생, 평택 대추리 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 김억,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을 그린 최호철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아련한 고향의 추억에서부터 농촌풍경, 그리고 도시화 되어가는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면서 동시대의 괴로움과 아픈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의 네 번째 특징은 분단을 그린 풍경화가 다수 출품되었다. 경기도는 강원도와 함께 북부 지역이 비무장지대이다. 장우성・김병기・서용선・손장섭・송창이 그린 분단 풍경은 남북 대치의 살벌한 상황을 그렸다. 김태헌의 DMZ 풍경은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홍선웅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을 목판으로 새겼다. 김현철이 그린 백령도의 빼어난 풍광은 너무도 아름다워 처연하고, 박영균이 그린 설날의 임진각 풍경은 실향민이 아닌 사람이 보아도 눈물겹다. 류연복과 이진석의 그림은 통일을 희구하는 그림이다. 분단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중의 새들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육로를 따라 대륙으로 연결되는 비단길(실크로드)을 거쳐 유럽까지 가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담았다.
고미술의 특성상 노출 전시가 어려워 많은 고회화 작품이 복제유물로 연출되었지만, 옛 그림의 모습을 살피기엔 충분하다. 오히려 46명의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경기도 풍경이라는 주제로 전시장 곳곳에 펼쳐진 장면은 풍성하게 차려진 잔치상 만큼이나 화려하고 다채롭다. 이번 전시는 일반대중에게 어려운 현대미술이 아니라, 그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구상회화를 위주로 한 대규모의 서사적 풍경화 전시로 일반인들이 보고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4명의 문화예술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석주,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준희, 미술평론가 박영택, 사진가이자 기록문학가인 이지누 등의 자문을 받아 “문학, 음악, 사진, 영상으로 보는 경기 풍경”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관람객이 미술 분야 만이 아니라 인접 문화예술 분야의 경향까지도 파악해볼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20세기 경기도 문학인에 관한 간단한 정보나, 경기도의 명승과 비경 사진을 볼 수 있고, 경기도 관련 대중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감상코너도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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