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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풍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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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의 리듬과 맥박을 진단하는 청년 작가들의 시선
2015 경기도미술관 현대미술의 동향전 《리듬풍경 RhythmScape》전 


전시개요
● 전시명: 리듬풍경 (Rhythmscape)
● 전시기간: 2015. 9. 17 – 11. 15
● 전시장소: 경기도미술관 2F_D, c, d, 야외 데크
● 주최: 경기도미술관, 경기문화재단
● 주관: 경기도미술관
● 후원: 일본 국제교류기금
● 참여작가: 권용주(KWON Yong Ju), 남화연(NAM Hwa Yeon), 양정욱(YANG Jung Uk), 요한나 빌링(BILLING Johanna), 우메다 테츠야(UMEDA Tetsuya), 전소정(JUN So Jung), 조혜정 & 김숙현(CHO Hyejeong & KIM Sookhyun)


경기도미술관에서는 9월 17일부터 현대미술의 동향을 진단하는 기획전 《리듬풍경 Rhythmscape》전을 개최한다. 권용주, 남화연, 양정욱, 요한나 빌링, 우메다 테츠야, 전소정, 조혜정 & 김숙현이 참가하는 이번전시에서는 비디오 아트,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7팀의 12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리듬풍경》전은 현대인들의 일상과 노동의 리듬을 읽어내고 그 리듬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제도와 환경을 듣고자 하는 전시이다. 예술가들은 각각 우리의 몸을 전유한 행위의 리듬, 사물의 움직임의 리듬, 노동의 리듬이 함축하는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청년 예술가들이 제시하는 우리사회와 삶의 맥박을 듣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리듬 풍경》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일상성을 탐구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리듬분석: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이라는 책에서 영감 받아 만든 제목이다. 유작인 이 책에서 르페브르는 “리듬”을 읽는 것이 현대사회를 파악하고 그 심연으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리듬풍경》전은 현대인들의 삶의 리듬을 읽음으로서 현대도시의 일상과 그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제도와 환경을 “듣고” 있는 르페브르의 분석 방식을 현대 예술의 진동을 읽어내는 방식의 모티브로 삼고자 했다. 

《리듬풍경》전은 경기도미술관이 개최하는 다양한 전시 중 ‘현대미술의 동향’전에 해당하는 전시로 ‘지금 여기’의 현대미술을 진단해 보는 전시이다. 전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관전 포인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현대인, 도시, 예술가의 삶과 일상의 리듬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작가들의 시선 두 번째 ‘리듬’을 물리적으로 구체화한 사운드와 소리에 대한 탐구, 세 번째 현대미술의 ‘리듬’을 파악하게 하는 청년작가들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일상의 리듬 vs 축제의 리듬 
일상의 리듬,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씻고, 먹고, 걸어가고, 차를 타고 이동하고 수면하는 그 반복적인 일상의 움직임들은 사실 우리가 사회와 맺는 궁극적인 관계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 학생, 주부, 회사원 등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나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반복적인 일상은 외견 반복적으로 보이지만 그 반복 사이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일상과 리듬을 자율적으로 변화시키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르페브르는 이를 “축제의 리듬”이라 말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리듬 풍경》전의 참여작가 스웨덴 작가 요한나 빌링(Johhnana Billing)의 〈풀하임 잼세션〉 이라는 비디오 작품은 외길의 한끝에서 갑작스럽게 서버린 한 차로 인해 긴 정체의 시간을 보내는 운전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잠을 자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상의 브레이크는 매일의 익숙한 리듬을 교란하고 순환의 리듬은 변칙적으로 움직인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광활한 대지의 공기를 느끼는 등의 이 변칙적 상황은 작은 공동체가 만드는 축제의 리듬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순환적인 리듬이 전복되는 상황에서 엿볼 수 있는 작은 유토피아를 발견한다. 


몸을 전유하는 노동의 리듬 
권용주와 조혜정, 양정욱, 전소정은 우리의 일상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의 리듬에 주목한다. 이들은 주로 노동의 행위가 우리의 몸을 전유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표현되는지 묘사한다. 태국의 실크회사에서 개최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권용주 작가는 태국 실크공장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30년간 방직공장에서 일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작품 <연경>은 어머니의 회고와 태국 실크공장 노동자의 인터뷰가 병치되어 상영되고, 그와 함께 태국 실크회사의 자카드 직조와 색실이 설치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 개인의 삶이 경제적 구조와 맺는 관계, 개인의 노동의 리듬에 부여된 사회적 제도와 환경을 드러낸다. 

조혜정의 작품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 미학〉은 우리가 감정노동자라 부르는 다양한 직군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노동행위를 재현하는 무용가의 역할 놀이를 기록하는 3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감정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을 아슬아슬한 곡예처럼 혹은 박스와 장속에 갇혀 정지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감정’이라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본성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비스로 물화(物化)됨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감정과 행위가 왜곡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양정욱의 움직이는 조각은 언제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내러티브가 담겨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말 그대로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반복적인 노동이 부여한 작고 사소한 움직임의 리듬을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다리의 근육을 풀기위해 왼쪽 오른쪽 힘을 번갈아 주고, 길을 묻는 이들에게 팔을 휘저으며 안내를 하거나 힘을 풀고 멍하니 그저 팔을 흔들고 있는 그들의 움직임은 작은 전동장치들을 동력으로 한 키네틱한 조각 작품으로 형상화된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인물들을 관찰하고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전소정은 <열 두 개의 방>에서 피아노 조율사의 우주를 이야기한다. 이종렬 조율사가 조율하는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는 한음 한음 색으로 시각화 되고 작가는 색 각각에 특유의 감각을 부여하여 설명한다. 한 평생을 음과 함께 살아가는 이가 간직한 ‘소리의 방’을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 우리는 섬세한 감각의 기능들을 조율하는 직업과 그들의 삶을 구성하는 리듬을 본다.   

작가들은 이러한 다양한 노동의 행위에 대한 분석으로 현대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그것을 기록한다. 30대의 청년 작가인 이들의 시선은 우리 삶의 근저 깊숙이 존재하는 심연의 ‘리듬’을 듣고 있다. 

사물/자연의 리듬 
우메다 테츠야는 주어진 공간의 환경에서 사물을 발견하고 그 사물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상황’을 연출한다. 그의 작품에서 사물은 하나의 캐릭터이자 주인공으로 예측불가능하고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움직임과 소리를 빚는다. 《공간 후에》에서 사물들은 아주 미세한 전력에 의해 서로 연결되고 사물의 연속적인 행위는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나아가며 순환한다. 그는 ‘사물의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우메다 테츠야의 작품에서 우리는 익숙한 공간이 갑작스레 어느 연극의 무대처럼 혹은 예측불허인 꿈의 장면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도한다. 

남화연은 사회 시스템과 결합되어 작동하는 다양한 사물의 움직임과 현상, 신체를 전유하여 표현되는 시간의 구조와 본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개미 시간》은 개미의 꼬리에 묶인 실로 개미의 1분간의 움직임의 궤적을 기록한 퍼포먼스 기록 사진 작품이다. 개미라는 곤충의 시간 궤적을 인간이 만든 절대적 시간의 틀 안에서 살펴본 작품은 인간의 시간에 편입된 자연의 시간의 기록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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