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3 ~ 2016-11-27
곽남신, 김지원, 설원기, 정주영
031-992-4400
전시소개
4가지 은유
곽남신 – 실루엣 퍼즐
김지원 – 명랑풍경
설원기 – 회화적 언어
정주영 – 멀고도 가까운
4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의 무르익은 화력이 돋보이는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각자의 다른 이야기 속에 진지한 작가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획전이다. 은유는 언어의 비유적인 용법에 속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회화적 은유는 기존의 관념을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새롭게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일상의 사물과 경험에 대한 표현방식은 달라진다. 따라서, 작가가 각기 다른 미적체험과 시선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작가 고유의 표현방식이 된다. 작가의 표현방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각 방식 · 반응 양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눈앞의 세계에 대한 집요한 작가의 ‘관찰’을 통하여 보편적인 것, 사소한 것에서 색다름을 찾아내고 ‘은유-metaphor‘의 방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문제, 대상과 표현에 대한 중요한 고민에 대한 4가지 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고자 한다.
곽남신 ‘실루엣 퍼즐’
곽남신의 작업은 일상의 그림자나 실루엣을 가지고 퍼즐처럼 맞춰보는 즐거운 놀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미지가 놓인 캔버스의 실제 주름 또는 알루미늄 봉, 조화(造花), 볼트, 넛트 등은 실제 공간으로 돌출하며 그림자, 실루엣과 어우러져 익살과 허무의 반전을 숨겨놓은 소극(笑劇)을 완성한다. 이렇게 평면과 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그림자 회화는 평면성에 대한 근대적 성찰을 따르면서도 그 성찰과 성찰적 탈 회화가 장벽을 넘나들며 서로를 통섭해내는 독특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들을 자주 실루엣으로만 존재시킴으로서 그의 이야기는 간결하면서 가벼운 것이 된다. 전후 문맥과 세부묘사는 생략되고 이미지는 매우 함축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읽을 수 있는 것들이고 일상에서 포착되는 평범한 이미지, 포르노의 형상, 스포츠와 마초 맨, 패션 스타의 과장된 포즈 등을 통해서 삶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우울하고 고독한 인간군상들 이지만 그의 작업은 언제나 따뜻한 시선과 은근한 유머를 잃지 않는다.
김지원 ‘명랑풍경’
작가는 ‘풍경과 상황’의 설정아래 그리기 행위에 대한 꾸준한 탐색의 과정을 거쳐 대상과 풍경에 대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 작가는 대상과의 거리를 조율하며, 때로는 가볍게 또는 쓸쓸한 정서로 재탄생시키는 데, 같은 대상과 주제가 대형 캔버스와 작은 드로잉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려지고, 작은 그림에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풍경의 이미지는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에서 얻어지는 산물일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감각들로 합쳐진 작가의 풍경은 기억의 장소로 작동한다. 그러한 장소로서 기록된 풍경은 기억과 경험이 녹아들어 당시 작가의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객관적인 기록, 주관적인 경험, 당시의 기억을 넘나드는 일상과 풍경이 쉼 없이 현재의 일상을 보여준다.
설원기 ‘회화적 언어’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시대를 거치며 회화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다. 작가는 대상과 주제에 대한 작품의 충실한 연상 작용 보다 작품 안에서 작가의 고민과 이미지의 가변성에 대한 과정이 보는 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우선시 되기를 원한다. 이미지는 대상과 상황, 이야기를 버무려 회화적인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데,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적 요소에 부합하는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점에서 작품에 대한 그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흡수성이 좋고 미세한 요철감이 있는 캔버스나 종이의 재질보다는 나무와 납 등의 매끈한 평면재료를 활용하여 붓질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회화의 비유적 방법 중의 하나이며, 작가의 고민의 깊이와 추구하고자 하는 추상회화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수양을 하듯 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그려지는 행위가 작업으로 섞여가는 과정을 통해 재료가 가진 특수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회화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주영의 ‘멀고도 가까운’
정주영작가의 ‘산’은 레베카 솔닛의 에세이 제목 ‘멀고도 가까운’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작은 붓질들이 마치 솔잎처럼 날카롭게 또는 섬세하게 산을 이루고, 자신을 표현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화 시킨 감각의 선들이 초록 산을 이루어 우리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산과의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감정이입을 통한 산과의 정신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 숲을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산 속 구성체의 일부가 되어 보는 것. 이 둘의 틈에서 무엇과_내가_어떻게_ 동행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본질이 구축될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작가가 산과 숲의 물리적인 거리와 정서적인 거리를 함께 한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의 모색에서 이야기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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