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은 미술의 기본 요소인 ‘공간’을 주제로 미술관의 소장품 약 20점을 새롭게 해석한 교육 전시 《공간의 발견》을 개최합니다. 이 전시는 어린이, 청소년, 가족과 함께 미술의 즐거움을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경기도미술관에서 마련한 미술 교육 사업, ‘꿈틀’(꿈을 담은 틀)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전시입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공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 주위의 공간을 특별하게 의식하거나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각예술에서는 바로 그 ‘공간’을 재현하고 해석하고 표현함으로써 세상을 담고자 하는 시도가 치열하게 이루어져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체를 매개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를 담은 작품들과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 상상의 힘으로 창조된 환영과 가상의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이외에도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씨오엠(COM)의 공간 체험적 설치 작업과 문재원(Jaye Moon)의 레고로 연출된 미로 조각, 한광우의 거울 효과와 오브제, 공간이 어우러진 장소 특정적 작품이 더해져 ‘공간’을 새롭게 다시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presents an educational exhibition of 《The Discovery of Space》 on the theme of “space” among the main elements of art. This exhibition has newly interpreted about 20 works from the museum’s collection. It is a part of the art educational business of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which is served to share the pleasure of art with kids, teens and families.
Although we are surrounded by others, objects and space, we are hardly conscious or aware of the space around us to be special in our daily lives. By recreating, interpreting and expressing “the space”, however, the visual arts have fiercely tried to capture the world. The exhibition introduces the works which demonstrate artistic endeavor to see the space with new eyes through the medium of bodies, some works which enable us to explore various meanings and stories about the space we live, and others which show illusions and virtual space created by the power of imagination. Apart from the collection of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the exhibition includes Jaye Moon’s maze sculpture composed of Legos, an installation work for spatial experience from the design project group, COM and Kwangwoo Han’s site-specific art harmonized by a mirror effect, objects and space. This will give visitors a unique time to discover “the space” newly again.
장성은 작가는 사진 속 길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 사람의 몸을 사용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비스콘티 길의 너비는 ’19명’입니다. 여기 참여한 열아홉 명의 사람들은 일상의 평범한 공간에서 몸을 측정 단위로 삼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모를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참여한 사람이 달라지면 이 길의 너비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공간에 대한 경험은 상대적입니다. 누구와 함께 언제 어떻게 머물렀는지에 따라 그 곳의 모습도 느낌도 달라집니다.
박용석 작가는 현대의 도시 공간을 탐색하면서 발견되는 풍경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서울, 부산 모더니즘>은 개발시대 도시에 들어선 집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엇비슷한 모양으로 구획된 터에 자리 잡은 집들은 그 당시의 설비 구조상 물탱크를 옥상 위에 하나씩 얹고 있는데, 작가는 그 물탱크의 위치를 사진 아래 흰 화면에 표시해 색점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도시 공간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서울과 부산의 물탱크의 색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이 평범한 삶의 공간을 예술로 변화시킵니다.
이 사진 작업은 집 안에서 펼쳐지는 제삿날의 풍경을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방 안 공간과 방 밖의 공간에서 눈에 띄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남자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방 안에 들어가 제사를 지내고 있고, 제사를 위한 모든 음식 장만을 도맡았을 여자들은 방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물끄러미 앉아 있거나, 방 밖에서 제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제삿날 집 안 풍경은 어떤가요? 작가는 명절이나 제사 같은 가족 모임의 장면을 통해서 세상은 변해도 현대 가정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적 문화의 불편함을 드러냅니다.
마법의 성이 있는 동화 같은 숲 속에 장난감 말을 탄 언니와 돌고래 모형을 탄 동생이 대비를 이룹니다. 원성원 작가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사진들을 이어 붙여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과거의 사건과 기억들에 따스함과 희망을 불어넣은 하나의 장면을 구상하고, 분명히 존재하는 현재의 조각들을 오려 붙여 상상으로나마 꿈꾸는 기분 좋은 ‘내일’의 공간을 창조하였습니다.
북한의 백 원짜리 지폐 뒷면에 김일성의 집이 그려져 있습니다. 적막한 이 지폐 속 공간에 사람이 등장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듯 피곤해 보이는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집을 한번 둘러보더니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버릇처럼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지만, 더 이상 감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준호 작가는 북한 화폐를 소재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북한 사회의 흐름을 풍자합니다.
문재원(Jaye Moon) 작가는 건축적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1996년부터 레고 블록으로 작업해왔습니다. <단순히 연결된 공간>은 언뜻 보면 미로가 그려진 평면 작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선을 달리해서 바라보면 넓은 평면 지붕 밑에 배열된 레고 문들을 통해 아래에 공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춰 작품과 시선을 맞추어야 합니다. 열려진 문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안쪽 공간은 모든 면에서 반사가 일어나는 무한히 연결된 기이한 미로의 공간입니다. 도시의 텅 빈 대형 건물 안의 모습 같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한 환영의 공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