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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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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세인은 중견작가 초대전으로 김상열 작가의 11회 개인전을 개최한다. Secret garden시리즈는 2009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이번 전시는 ‘Secret garden-flowing’이다. 미술이론가 페데리 추카리(Federico Zuccaro)는 “예술가는 자신의 내적 형상으로부터 회화의 밑그림을 끄집어낸다.”고 했듯이 김상열 작가는 자연의 영향과 감성을 작품의 내재적 형상으로 응축하여 표현한다.

 

자연은 예술가들의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연을 예찬하고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들은 미묘하고 신비한 빛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해왔다. 인간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자연을 가깝게 접한 김상열 작가는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와 생명력을 인식하며 오랫동안 숙고한 후 조형언어화 하는데 집중하였다. Secret garden’ 작업방식은 우연의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작업실에 놓인 빈병을 보았는데 먼지가 쌓여있어 들어 보니 병인 놓인 자리만 형태가 그려졌다. 자연 대상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중에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캔버스의 물성이 사라질 때까지 밑색을 칠한다.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자연 오브제를 캔버스 위에 올리고 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그 후 마음으로 그린 드로잉의 이미지가 나오면 흰색으로 지워가기 시작한다. 마치 즉흥적 퍼포먼스처럼 몸은 캔버스와 자연 오브제를 오가는 중에 강도를 조절하며 몸의 흐름에 따라간다. 작가의 감수성으로 발현된 이미지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한다. 이런 과정을 작가는 “마치 동굴에서 빛을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한다.

 

Secret garden-flowing’은 자연을 더 가깝게 들여다보는 시각과 감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존 작업이 자연의 형상성을 구체적이거나 단순화 되었다면 이번 작업부터는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작가가 깊이 들여다보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추상으로 변화 되고 있다. 마치 꽃잎처럼 보이는 <Secret garden-trace>은 자연물이나 식물 형상이 조금씩 드러나는 작품처럼 오브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캔버스에 물감을 올려 에어건으로 바람을 불어가며 독특한 점과 흔적 같은 형상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캔버스와 밀착되어 긴 호흡으로 그려간다. 꽃잎이 바람에 날려 쌓여가는 어느 봄날의 산책에서 본 풍경처럼 다가온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까지 담아낸다. <Secret garden 0710>, < Secret garden 0711> 은 여린 잎과 나무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색의 농도에 따라 결이 보인다. 바람이 일렁이는 흐름인가? 물안개가 낀 어느 호숫가의 풍경 같다. 작가는 경주 건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안개를 봤었고, 작품 활동을 한 후 대구와 청도 작업실을 오가며 주변 저수지로 인해 안개를 수시로 접할 기회가 많았다. 안개는 ‘Secret garden’시리즈와 깊은 연관성을 띠게 된다. 안개의 틈은 창문을 살짝 열었을 때 보이는 풍경 같기도 하다. 뚜렷하지 않는 형상은 작품으로 깊이 다가가게 하는데 이는 작가가 작업을 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안개로 인한 경계는 일시적인 시각의 차단을 갖게 한다. 그로 인해 감정과 정서는 일렁이며 의식의 변화가 시작된다. 섬세하게 절제된 형상 너머의 본질과 조응하는 것, 관람자의 정취(情趣)와 맞닿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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