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5개국(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25인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작품 110여점 전시
▶ 나라가 어지러웠던 19세기 중반, 만주와 연해주로부터 시작된 재외한인 동포들의 이주의 역사, 정체성의 문제, 또 다른 고향에의 정착, 조국 통일의 염원을 그려낸 작품 등을 통해 하나의 문화적 DNA로 연결된 민족적 동질감을 확인
기 간 : 2018년 9월 20일(목) ~ 11월 25일(일)
장 소 :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주최/주관 :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후 원 : 경기관광공사, 한국이민사박물관, ㈜삼화페인트, 아트인컬처, 네오룩
전시 작품 : 회화 및 영상 114점, 전시관련 도서 및 영상자료 등
참여 작가 :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동포 작가 25인
【중 국】(7) 유흥준, 권오송, 리승룡, 김승, 황철웅, 황윤승, 최길송
【일 본】(8) 이경조, 김석출, 박일남, 홍성익, 리용훈, 김영숙, 리정옥, 정리애
【러시아】(2) 주명수, 조성용
【우즈베키스탄】(4) 강 흐리스토포르, 림 라나, 김 블라디미르, 리 옐레나
【카자흐스탄】(4) 문 빅토르, 리 게오르기, 조 옐레나, 김 예브게니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오는 9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특별기획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정해진지 1천년이 된 것을 기념하여,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이 주최/주관하는 전시 중 하나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중국․일본․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지역 5개국에 거주하는 재외한인 동포 작가 25인을 초청하였다. 전시는 ‘제1부: 기억(記憶)_이산의 역사, 제2부: 근원(根源)_뿌리와 정체성, 제3부: 정착(定着)_또 하나의 고향, 제4부: 연결(連結)_이산과 분단을 넘어’ 등 네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이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작품, 그리고 또 다른 고향에 적응하고 정착하며 그린 그림들, 거주 국가는 달라도 조국의 분단을 아파하고 통일을 바라는 작품을 보면 하나로 연결된 한민족의 정서를 공감하게 된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번 전시 기획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대략 1년 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셈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자문위원회의 개최 및 해외 리서치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초청 작가와 출품 작품, 전시의 구성과 내용을 정하게 되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국을 떠나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한민족 ‘이산(離散)’을 의미한다. 19세기 중엽부터 만주와 연해주로 떠나면서 시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즉 재외한인의 이산으로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는 오늘날 743만 명 규모로 성장하였다. 한민족은 조선 말기에는 하와이와 멕시코에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제 강점기에는 만주와 일본에 농민․노동자․징용군으로, 1960년대에 이후 근대화 시기에는 중남미․북미․유럽․호주 등지에 노동자․이민자․유학생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이들과 그 후손은 초기 정착의 역경을 극복하고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가 기존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전시와 차별화 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이미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작고작가와 원로작가를 초대하는 대신, 가급적 현지조사를 통해 만나거나 소개를 받은 생존 작가 중에서 전시의 기획 의도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였다. 두 번째로는 이주 1세대~2세대를 넘어 3세대~4세대로 맥을 잇고 있는 재외한인 동포 작가들의 연계를 위해 비교적 젊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청년작가들을 초청하였다. 세 번째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의식과 모티브를 분석하여 크게 4부분으로 전시 구성을 하고 작품을 배열했다는 점이다.
‘종전(終戰)’과 ‘평화(平和)’가 논의되는 민족사의 대전환기이자 내년이면 맞이하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련과 고통으로 형성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존재를, 번영과 축복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한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비교적 구상적이고 대중적인 작품 위주로 전시 작품을 고르기도 했다.
전시 개막식은 10월 5일(금) 오후 4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대부분의 참여 작가들과 발표자들이 참여하는 전시연계 국제학술포럼은 10월 5일(금) 오전 10시부터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아시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미술’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시 기간 중에는 담당 큐레이터의 특강 및 전시 투어도 4회 개최될 예정이다.
Ⅰ. 기억(記憶), 이산(離散)의 역사
제1부는 아시아의 재외 한인 이산의 역사에 대한 집단적이고도 개인적인 기억과 서사를 다룬 작품들을 전시한다.
186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시기에는 구한말의 농민, 노동자들이 기근․빈곤․압정을 피해서 국경을 넘어 중국․러시아로 이주하였다.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지금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한인들은 농지를 개간하면서 신분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꾸려갔다. 처음에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적 이주였으나 일본의 조선 침략이 가속화되자 독립운동가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정치적 이주를 단행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연해주는 독립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에는 일제 강점 하에서 토지와 생산수단을 빼앗긴 농민과 노동자들이 만주와 일본으로 이주하였다. 또한 정치적 난민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러시아․미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일본은 1931년의 만주사변과 1932년의 만주국 건설을 계기로 만주지역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인들의 대규모 집단이주를 실시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중 일본의 경제호황을 맞아 한인들이 노동자의 신분으로 도일(渡日)하였으며, 1937년의 중일전쟁과 1941년의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대규모의 한인들이 광산, 전쟁터로 끌려갔다. 1937년 연해주에서는 소련 지도부의 명령에 의해 17만여 명의 한인들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였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조국은 해방이 되었으나 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지에는 귀환하지 못한 한인 동포들과 그 후손들이 또 다른 고향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Ⅱ. 근원(根源), 뿌리와 정체성
제2부는 아시아의 재외 한인 작가들이 또 다른 고향에서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근원(根源)에 대한 탐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한반도의 여러 곳에서 태어난 재외 한인 작가들의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고향과 연고지는 그들의 태생적 근원으로 작용한다. 재외한인은 거주국의 역사와 민족정책에 따라 호칭이 다양하다. 현지에서 재중한인은 조선족으로, 독립국가연합에 거주하는 한인은 고려인 또는 고려사람이라고 불린다. 재일한인은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 또는 재일코리안이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재일(在日)’, 즉 ‘자이니치’라는 용어로 재일한인을 가리키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일본에 산다’는 상태를 표시할 뿐이다.
Ⅲ. 정착(定着), 또 하나의 고향
제3부는 아시아의 재외 한인 작가들이 조국을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상에 정착하고 적응하면서 만나게 되는 시각적 대상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한다. 또 다른 고향인 현지의 자연 풍경과 도시의 모습, 인물과 풍속, 역사와 종교 등은 그들 작품의 주제가 된다. 모든 예술은 풍토성을 띠는 것이 당연하므로 거주국의 관습과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거주국 미술계의 역사와 현대미술의 상황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Ⅳ. 연결(連結), 이산과 분단을 넘어
제4부는 아시아의 재외 한인 작가들이 한민족으로서의 민족 의식과 한반도의 문화적․정치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투영하여 그려낸 작품들을 전시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재외 한인 작가들에게도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한과 북한이 마주하는 대화의 자리가 자주 열려, 분단을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그림들이 꽤 많다. 한편으로는 1980년의 5.18 민주화운동과 같이 조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표현한 작품도 더러 있다. 아시아의 재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에는 이산과 분단을 넘어 ‘우리’로 연결되는 공통의 문화적 언어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