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표 전부터 애호가들의 호평을 넘어 마니아층을 단단히 형성하고 있는 여소현 작가의 개인전이 ‘사랑의 형상(Shape of Love)'이란 제목으로 오는 10월 1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갤러리에서 열린다.
여소현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한다. 작가의 제작 능력과 제작 기법의 창의성은 10년 전부터 발표해 온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얼마나 대단한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초기 작품에는 인물과 배경 모두 검회색의 무채색이 주종을 이루면서 인간의 고통, 우울, 내면의 성찰과 같은 주제를 야성적인 투박한 선으로 표현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보였다.
그 후 이토록 닫혀진 자아가 조금씩 바깥으로 나오면서 여전히 타인과의 대화를 극도로 경계하는, 이른바 ’페르소나(persona)’라는 주제로 또 다른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그가 쓴 자작시(自作詩) ‘페르소나’에서 그는 ‘현대의 삶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규정된다... 우리는 그 구조의 파괴를 꿈꾸고 해체된 나를 꿈꾸게 된다... 가면은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 가면을 벗어 던질 때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지...’ 라고 하면서 가면 속에서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달래며 타인(사람, 동물, 자연 등 그에게는 자신이 아닌 모든 것은 타인이다)과의 대화를 탐색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밝고 화려한 색조와 다양한 조형적 메시지를 담아 수많은 타인과의 대화를 ‘사랑의 형상’이란 주제로 얼핏 보기에도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자신의 미술언어로 작품들을 완성했다. 마치 원시적 사고에서 근대적 낭만과 계몽적 인식을 거쳐 현대의 실존적 깨달음까지 두루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여정은 40대 초의 작가의 실력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느껴진다.
여하튼 ‘BTS’도, ‘기생충’도, ‘오징어게임’도 함께 무리 지어 이룩한 예술적 성과라면 이제 여소현 작가는 혼자서 무언가 보여주고 있으며 이 작가가 과연 어디까지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지 몹시 눈여겨 볼 만한 대목(大木)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 이 작가에 대한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이유는 한국의 미술시장을 조종하는 큰손에 전혀 신세지지 않고도 최근 5년간 서울과 전국 아트페어에서 지속적인 마니아층이 두텁게 조성되어 왔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작가는 주위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몇몇 지인들에게 고백했듯이 ‘그림 외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고... 그림을 인생의 지표로 삼겠습니다’ 라고 했는데 배수진을 친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그가 이 정도의 성취는 이제 시작일 뿐일지 모른다.
작가가 이번에 전시회를 연 배경이 최근 코로나와 갈수록 피폐해지는 우리네 삶의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하는, 시대를 사는 작가의 따뜻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정작 작가는 (항상 그렇듯이) 묵묵부답 대꾸가 없다. 이런 좋은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그리고 주위에 강추하는 것도 훌륭한 가을걷이가 아닐까.
Blue footed Booby IV 45.5x53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푸른 꿈 65.1x100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Better Together I 120x120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Better Together II 120x120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53x45.5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My friend Franky 34.8x27.3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My friend Kimchi 34.8x27.3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하루II 90.9x72.7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기도 III 90.9x72.7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
Over the Rainbow IV 53x45.5cm 캔버스에 석채,과슈,혼합재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