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 날. 어지럽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나 자신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관찰하다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손에 잡히질 않았지만, 불안감과 모호한 징후들은 마치 궂은 날의 예보처럼 불확실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슬며시 내비치고 있었다.

  ⬝증강현실 연작(Augmented Reality series) 

  증강현실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정보를 덜어내는 마이너스의 증강현실을 상상해본다. 정보의 양과 관계없이 사람은 대부분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자 한다. 글씨를 지워가며 새로 만들어진 내용물은 주로 헛웃음이 나올법한 사소한 언어유희다. 때로는 시대 상황을 관찰하는 듯한 시선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변적인 것에 머문다.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에 사진을 입력하고 증강현실에 걸맞는 미래적인 풍경을 아웃페인팅으로 그려달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완성된 가상의 배경 이미지에 실재를 기록한 사진을 어설프고 불완전하게 결합시킨다.

  ⬝접점 연작(Contact series)

  나의 감정이나 신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추상적인 패턴으로 기록하여 그린다. 그리고 동식물에서 따온 유기적 곡선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형태를 남기고 반투명하게 덮는다. 그 레이어들 사이의 공간을 버려진 오브제의 실루엣과 즉흥적인 브러시 스트로크가 오간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가공되어 화면을 구성하는 재활용 오브제들은, 소비와 그 영향, 혹은 기술이 가져다줄지 모를 희망에 대한 마음을 넌지시 내비치고자 하였다. 화면의 모든 요소는 서로 간의 어떠한 접점을 탐색하고 있다.

  ⬝날씨 연작(Weather series)

  「Weather series」는 쓰레기를 재활용한 재료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조각 및 회화 연작이다. 「Weather series」의 모든 작품은 날씨와 연관된 상징물의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rainy cloud’, ‘sunny’, ‘frosty’, ‘windy’, ‘misty’, ‘lightning’ 등의 기후 현상을 의미하는 제목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형상, 색상, 패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기상 관측 장비’라든지, 일기 예보의 ‘그래픽 요소’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Weather series」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비구름(Rainy cloud), 2022, Mixed media, 60.0 x 39.0 x 20.0cm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2023, Digital inkjet print, 72.8 x 130.0cm

쨍쨍(Sunny), 2023, Mixed media, 44.0 x 53.0 x 30.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