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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회색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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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제목 : 회색의 고요
- 참여작가 : 김기찬
- 전시장소 : 서울 마포구 숭문4길 8, 1층 무음산방
- 전시기간 : 2024. 7. 3 (수) _ 7. 14 (일) 13:00_19:00 월, 화 휴관
- 전시주최 : 갤러리 소소
- 전시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 문    의 : sosogallery@gmail.com T. 031. 949. 8154  


7월 3일, 마포구 염리동의 무음산방에서 김기찬 작가의 첫 개인전 《회색의 고요》가 개최된다. 소묘를 주된 작업으로 하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그 치밀함과 섬세한 표현에서 단연 돋보이는 김기찬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가 수년간 집중해온 풍경 묘사를 소개하는 자리이다. 

김기찬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을 깊게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포착하여 왔다. 그는 사진으로 기록한 풍경을 특유의 조형적 미감으로 재단한 뒤 이를 종이에 연필로 옮기는데, 보통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완성된다.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서” 작은 크기를 선택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은 소재를 대하는 따뜻하고 정성 어린 그의 작업 태도를 잘 나타낸다. 이는 작업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져 연필 종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질감과 섬세한 명암 차이를 이용해 풍경을 구현해낸다.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풍경을 재현한 그의 작업이 사진 같은 표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재현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안에 서린 정서 때문이다. 대상을 이해하려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태도는 그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8개월에 걸쳐 작업한 <뿔과 도시>가 공개되는데, A3 사이즈보다 약간 큰 종이에 치밀하게 묘사된 광활한 도시 풍경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풍경이 지닌 깊이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김기찬 작가는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인 작가는 단체전 《TOTAL SUPPORT》(토탈 미술관, 2023), 《구체적 진술과 은유》(더 소소, 2022), 《따옴표 열고 온점》(세종아트갤러리, 2022)에 참여했다. 2024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신진작가 홍보 마케팅 지원 사업에 갤러리 소소와 함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갤러리 소소가 주최하고 무음산방에서 개최되는 김기찬 작가의 《회색의 고요》는 7월 14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뿔과 도시, 2024, pencil on paper, 51.3 x 36.3 cm


전시서문

연필과 종이는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지고 있다.
H(Hard)는 단단하고 B(Black)는 부드럽다. H계열 연필은 종이에 단단하고 날카로운 선을 남긴다. 종이 올에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표면을 가로지른다. 반면 B계열 연필은 종이 위에 부드럽고 짙은 선을 남긴다. 종이는 연필의 움직임에 맞춰 변화한다. 긁히고 눌리고 갈라지고 뭉개지며 표면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흑연은 올 사이를 파고들며 다양한 어둠을 남긴다. 종이에는 미세한 요철이 생기고, 요철은 빛을 다양한 각도로 반사하며 깊이감을 더한다. 가령 부드러운 연필로 힘주어 긁고 지나간 자리는 표면이 매끈해지며 다시 광석과 같은 광택감을 드러낸다. 반면 가볍게 선을 쌓으면 표면의 결은 남아 따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 시간 연필의 종류와 필압을 조절하며 때로는 강하게 눌러 짙은 어둠을 만들고, 때로는 가볍게 스쳐 밝은 빛을 표현한다.

색은 사라지고 익숙했던 공간은 낯설어진다. 연필로 나름의 이야기를 품은 공간을 화면에 묘사한다. 도시의 변두리, 오래된 골목길, 낡은 건물 등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장소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일상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그 변화는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각진 건물의 모서리는 무뎌지고, 간판의 글씨는 낡고 희미해진다. 고가도로 밑은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과 철근구조물이 자리잡고 있다. 흔적들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삶이 얼마나 깊이 얽혀있는지 보여준다.

색이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색의 부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요소들을 재발견하게 된다. 빛과 그림자의 관계는 색이 있을 때보다 훨씬 명확해진다. 빛은 물체에 부딪혀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물체의 형태를 부각한다. 구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공간의 깊이와 질감은 한층 더 생생해진다. 흑백의 대비는 형태와 명암만으로 이루어진 시각적 명료성을 제공한다.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과 그려진 부분이 어긋나지 않도록 구조를 이해한다. 거리와 골목이 어떤 각도로 뻗는지, 건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붕의 기울기가 맞는지, 가로등의 높이와 간격은 일정한지 확인한다. 공룡 복원도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화면의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한다. 부족한 정보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인 로드뷰를 이용해 보완한다. 이해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은 견고해진다. 사실적 재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그 순간이 지닌 감정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하려 한다. 시각적 소음은 사라지고, 회색의 화면에 집중하게 된다.

김기찬




고가도로 밑 풍경_1, 2024, pencil on paper, 12 x 33.7 cm



고가도로 밑 풍경_2, 2024, pencil on paper, 12 x 33.7 cm


 


김기찬 Kim Gi-chan  b.1996

학력
2022~ 세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2021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전시
2023    TOTAL SUPPORT전, TOTAL 미술관, 서울
2022    구체적 진술과 은유, 더소소, 서울
         따옴표 열고 온점, 세종아트갤러리, 서울


김기찬(b. 1996)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시간대의 거리나 평범한 건물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는 대상의 모습을 촬영한 후, 그 이미지를 재단하여 종이와 연필을 사용해 작업한다. 그의 작업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톤과 밀도의 차이로 인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작은 화면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인 작가는 단체전 《TOTAL SUPPORT》(토탈 미술관, 2023), 《구체적 진술과 은유》(더 소소, 2022), 《따옴표 열고 온점》(세종아트갤러리, 2022)에 참여했다. 《회색의 고요》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갤러리 소소가 주최하고 무음산방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다양한 밀도와 질감으로 치밀하게 표현된 작품들은 작가가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풍경의 비밀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문래 철강거리, 2024, pencil on paper, 9 x 1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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