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 개인전 《Perfect Picture》
“모든 순간들은 항상 완벽한 그림”
2022년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전시
‘관계’를 주제로 완성한 신작 50여점 공개
가나아트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에 따뜻한 감정과 동화적 해학을 깃들여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형태(Moon Hyeongtae, b.1976)의 개인전 《Perfect Picture》를 2024년 9월 13일부터 10월 9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문형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관계’에 주목하고, 삶의 궤적을 따라 쌓여온 경험과 생각의 결과물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화면에 구현한다. 2022년 《CHOCKABLOCK》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문형태의 신작 50여점이 공개된다.
ⓒMoon Hyeongtae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제 작업을 동화와 연결한다면 動(움직일 동)과 畫(그림 화)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어떤 수식어도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상상적 내러티브 함축
‘관계’는 문형태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그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 연인, 친구 등 ‘나’와 관계된 주변 사람들을 그리며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문형태는 일상의 것들을 일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양면적인 감정들과 삶의 이중성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문형태의 회화는 내면의 감정이 표출된 듯 해체된 인물 묘사와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색채 그리고 거친 선이 특징이다. 또한 화면이 밀도 높게 구성되어 있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포개어지거나 중첩되면서 인물 간의 거리는 좁아지거나 결국에는 사라진다. 그 대신 인물 각각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형태에게 작업의 근간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으며, 삶의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화면에 견고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일상적인 소재나 경험이 담긴 문형태의 작품 속 이야기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며,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상상적 내러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문형태는 “제 작업을 동화와 연결한다면 動(움직일 동)과 畫(그림 화)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어떤 수식어도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Moon Hyeongtae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자연의 소재인 ‘흙’을 매개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
흙물을 사용한 작업 방식 덕분에 은은하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짐
문형태 작업의 밑재료는 ‘흙’이다. 그는 낯선 길이나 새로운 장소에 가면 불안하여 익숙한 곳만 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이러한 습관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에도 적용되었다. 문형태는 “흙은 저의 일상을 시작하는 곳과 마무리하는 곳, 또한 생성과 소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살았거나 머물렀던 곳에서 가져온 흙으로 삶의 흔적을 작업에 입히고자 했다. 문형태는 캔버스에 황토와 물을 섞어 바른 다음 표면에서 건조된 흙을 걷어낸 후, 노랗게 흙물이 든 캔버스 위에 오일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화면 위에 은은한 황토색이 만들어내는 따스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는 흙물을 사용한 작업 방식 덕분이다. 이와 같은 작업 방식은 모든 존재는 흙으로 회귀한다는 깨달음에서 기인하였는데, 그는 “대학 시절 돌아가신 이모의 시신을 보고 인간의 죽음을 처음 느꼈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고 말한 바 있다. 문형태는 모든 작품에 흙을 바름으로써 자신의 손을 떠나는 작품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흙을 매개로 한 이러한 의식과도 같은 행위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자연으로의 귀환과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Moon Hyeongtae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상반된 감정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
작품 속 숫자는 관계 코드 1은 자신, 2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의미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삶의 희로애락에 집중
문형태의 작품에는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상반된 감정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최근작 <Merry-go-Round>(2024)는 회전목마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지만, 빙글빙글 회전하는 목마는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듯이 우리의 삶 역시 끝없는 오르내림의 반복임을 표현한 작업이다. <Diamond>(2024)는 가족이 된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그렸다. 하지만 반짝이는 것들의 대부분은 매우 날카로우며 그 날카로움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와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나 연인 모두 행복을 주는 존재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상처를 주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 <Chinese Fried Rice>(2024)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는 작업이다. 전업 작가로 데뷔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생활이 어려웠던 당시, 문형태는 유일하게 배달이 가능했던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밥, 짜장 소스, 짬뽕 국물을 따로 먹을 수 있어서 밥만 지어두면 한 끼를 1/3씩 셋으로 나눠 세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볶음밥을 먹었는데도 그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건 볶음밥이다. 환경이 바뀌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지만 작가로서의 일상이나 고단함, 노동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형태에게 볶음밥이란,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로 꾸준함 혹은 희망을 상징한다. 작품 속 숫자는 하나를 셋으로 나누는 1/3을 적는 과정이지만 2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서사가 담긴 작업이지만 작품을 보는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단상이니 관계 코드 ‘2’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숫자는 관계 코드로 1은 자신, 2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의미한다. 독특한 이 표현 방식은 유년시절 외조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외조부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달력 뒷면에 기록해 두었는데, 이를 보고 인간의 생전 기억이 숫자로 단순화되어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형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의 코드화라는 독자적 방식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시각화했으며, 그 관계가 만들어 내는 희노애락에 집중했다.
Missile, 2024, Oil on canvas, 60.6 x 72.7cm
ⓒMoon Hyeongtae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모든 순간들은 항상 완벽한 그림”
전시 제목 《Perfect Picture》, 작가가 즐겨 쓰는 제목에서 따온 것
전시 제목인 《Perfect Picture》는 문형태가 즐겨 쓰는 작품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완벽한 그림’은 잘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문형태는 삶의 희노애락을 작업과 연결시키며 “하루가 모여서 생이 완성되듯이 기쁜 순간, 상실의 순간, 고통이나 추악한 순간들도 생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그 모든 순간들은 항상 완벽한 그림이고 또 연결되어 있어야 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삶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틀을 이루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작품 속에서도 여러 요소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Perfect Picture(완벽한 그림)’이라고 명명했다. 가나아트는 《Perfect Picture》를 개최하며, 문형태의 신작을 집중 조명하고 주변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형태의 여정을 따라가보고자 한다. 삶의 본질이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문형태의 작업은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그는 “오늘 마감한 그림은 평생 완성해야 할 큰 그림의 붓질 한 번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기능인이 아니라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로 실패한 그림과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도 큰 그림의 재료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Moon Hyeongtae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문형태는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통해 캔버스 위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인간은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더 깊은 내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형태는 “그림을 그리는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는 그림입니다. 저에게 고독과 동시에 행복을 준 존재입니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게 그림 속 이야기지만, 거창한 해석보다는 그저 보이는 그 순간의 감정에 몰입해 작품을 봐주길 바랍니다. 감정에 정해져 있는 답은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들과 거기서 탄생하는 수많은 감정, 그것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고 말한 바 있다. 본 전시를 통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행복과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