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공예가
지역문화의 가치향상과 경제 활성화, 도시재생을 위한 미술관의 역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예술과 사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들을 훌륭하게 매개해 줄 수 있는 기관으로서, 2001년 청주시한국공예관이 설립되었습니다.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여 지역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도시재생을 이끌기 위해 각종 문화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주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필요 요인으로 청주시한국공예관은 자리 잡아 왔습니다.
‘충북의 공예가’는 충북 지역의 공예가와 공예계를 기록하고 조망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청주시한국공예관의 주요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동시에 충북 지역 공예문화계가 가진 정신과 가치, 목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는 지역 공예가 모두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청주가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공예협회(WCC) 인증 공예도시가 된 2024년, 청주시한국공예관은 충북의 공예가라는 이름 아래 다채로운 도예 문화를 선보입니다. 전통을 이어 현재를 말하고 미래로 얽혀나가는 아름다운 도자 예술과 함께, 예술과 삶 속에 녹아나는 충북 도예가들의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충북의 공예가’는 앞으로도 지역에 뿌리내린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찬란한 공예문화를 꽃피운 ‘우리’를 다양한 전시로 선보이겠습니다.
네 가지, 그러한 것
생에 관한 무수한 고찰 중에서, 삶이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인류의 오랜 고전, 성경이 창조에 있어 인간과 흙에 대해 언급한 사실은 인류의 역사가 곧 흙의 역사임을 증명하는 단면입니다. 생의 근원을 자연 요소에서 찾고자 하는 견해는 흙과 물, 불과 바람으로 확장됩니다. 불교에서는 흙과 물, 불과 바람이 화합하여 사람이 된다(地水火風和合成人)고 하였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모든 물질이 물, 불, 흙, 공기의 네 가지 기본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은 극히 단편적인 사례일 뿐, 동서양 다양한 분야의 사상에서 어떠한 시작이자 끝을 자연에서 찾고자 한 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근원에 대한 답변을 구하고자 했던 이 네 가지 자연 요소가 경이로운 합일을 이루는 예술이 있습니다. 흙과 물이 빚어내고 불과 바람이 구워내는 도자 예술은 근원의 답을 품은 자연의 응집체이자 인류문명의 시작을 함께 한 동반자입니다. 흙, 물, 불과 바람이라는 자연을 교집합으로 두고, 삶과 도자 예술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닮아있습니다. 도예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마치 스스로 그러한 자연 그 자체처럼,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온몸으로 흙을 느끼고 물에 흘려보내며 불을 이겨내고 바람을 받아들입니다. 2024년, 청주시한국공예관은 ‘충북의 공예가’라는 기획 아래 화합의 예술로서 충북 지역 도예가들의 예술과 삶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도자 예술이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네 가지 모습을 도자가 완성되기까지 꼭 필요한 네 가지 자연의 요소에 담아보았습니다.
사람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들이 있습니다. 삶이 그러하고 예술이 그러하며 자연 또한 그러합니다. 자연이 자연으로 존재하고 사람의 손을 통해 자연이 문화로 변화하고, 문화 속에서 사람이 사람과 만나 우리를 이루는 과정 모두 이해를 넘어 그러하게 된 것들입니다. 우리는 바람 한 자락에 더불어 감상을 나누고, 흐르는 물처럼 동등한 눈높이로 서로를 바라보며, 번져가는 불길에 세계를 확장하고 예술적 토양을 바탕으로 삶의 풍부함을 더해갑니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너무나 당연하기에 그 가치가 새삼스러운 부분들을 이 전시를 통해 애써 재회하려 합니다. 자연과 삶을 담고 사람을 닮은 도자 예술을 통해 우리의 세계가 일으킨 당연하지 않은 기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 불, 흙, 공기로 세상이 시작하고 손이 자연을 만나 예술을 시작했으며 만남이 우리를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스스로 그러하게 된 것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모든 것을, 재회하고 찬미하는 오늘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