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영 개인전, 한국에서 6년 만에 개최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2024년 12월 4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1980년대 초기작부터 2024년 최신작까지 총 20점 소개
가로 11m, 세로 4m 벽에 펼쳐진 영상 작업 <Eternity of Existence>, 한국에서 첫 선
작가 최초의 설치 작업 <Aggregation001-MY057> 포함, 높이 3m 크기의 대형 작품 4점 출품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1-전광영》,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에 소개되었던 작업들 한자리에
세계를 사로잡은 전광영 작가 – 해외에서의 활발한 활동 돋보여
모스크바현대미술관(2022),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2018), 벨기에 보고시앙 재단(2017)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 개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총 10만명 방문 – 성황리에 종료
가나아트는 전광영(Chun Kwang Young, b. 1944-)의 개인전, 《Aggregations: Resonance, In-between》을 2024년 12월 4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에서 6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1980년대 <빛> 시리즈를 비롯해 대형 설치작업과 치유 시리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집합(Aggregation)> 연작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이를 통해 1995년부터 이어져온 그의 집합 화법의 변천을 조망하고자 한다. 전광영은 1971년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 대학(Philadelphia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2003년 스위스 아트바젤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에 초청되고 2022년과 2018년에 각각 모스크바현대미술관(MMOMA)과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왕성히 활동하며 그 명성을 쌓아왔다. 본 전시는 《올해의 작가 2001-전광영》과 2022년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의 출품작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그의 작품 세계의 면면을 탐구할 기회가 될 것이다.
전광영 작가의 대표작, <집합>
어린 시절 본 한약방 풍경과 한국의 보자기 문화에서 받은 인상에서 출발
한지로 조각을 감싸는 행위에 깃든 한국적인 정서에 주목
“서양은 ‘박스 문화’예요. 직육면체를 정확하게 재 차곡차곡 쌓아 유통하는 거죠.
반면 한국은 ‘보자기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집간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싸주는 보자기. 그 속에 하나라도 더 담으려는 마음.
계량이 어렵고 보자기 모양도 망가지지만 그게 바로 한국의 정이자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전광영
전광영의 대표작, <집합>은 수천 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논어, 맹자, 법전이나 소설 등 고서(古書)의 내용이 담긴 한지로 감싼 후 종이를 꼬아 만든 끈으로 묶고, 화판에 촘촘하게 매달아 완성하는 작업이다. 197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시절, 한 때 추상표현주의에 심취해 있던 작가는 자신의 경쟁력을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1982년 귀국했다. 그는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 민속촌 등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그가 불현듯 떠올린 것은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풍경과 물건을 보자기로 감싸는 우리의 문화였다. 두 소재 모두 전광영에게 한국의 정(情)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한약방 천장에 빼곡히 달린 약재 봉투는 전광영의 화면에서 삼각형의 구성 요소로 새롭게 태어났고, 이를 하나하나 한지로 감싸는 작업 방식은 보자기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집합>은 인간사와 세계사의 굴곡을 투영하는 창
서로 다른 고서의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조화와 충돌을 반복하는 인류의 모습 시각화
“한자와 한글이 빼곡히 쓰여진 하나의 삼각형 조각은 서로 각기 다른 시대와 사상을 품던 옛 문헌을 출처로 한다. ······ 지식을 전파하는 수단이었던 옛 문헌의 한 귀퉁이들은
이제 나의 손에서 하나하나 각기 다른 생명을 지닌 정보의 최소 의미로 재탄생하게 된다.
논어를 출처로 하는 조각들이 나에 의해 새롭게 배열되면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모태(母胎)인 논어와 정면으로 대립하기도 한다.”
- 전광영
<집합> 연작에서 전광영은 한국적인 정서, 그 이상의 것을 탐구한다. 그에게 약재 봉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이면서, 동시에 한지에 가지런히 적힌 글씨로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해 작가는 언어적인 요소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집합>의 삼각형 조각을 싸고 있는 한지에는 서로 다른 고서의 내용이 적혀 있으며, 이들은 그의 화면에서 우연히 만나고 얽힌다. 전광영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사용해 각기 다른 지식, 역사, 사상 등을 기반한 이야기들이 시대나 지역을 초월해 인접하면서 조화를 이루거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때로는 충돌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집합>을 인류의 역사에서 반복되었던 이데올로기의 대립, 계층 간의 갈등 등을 담은 세계의 축소판으로 만든다. <집합>에서 나타나는 돌출된 화면, 거대한 타원형의 웅덩이, 혹은 다양한 색들로 덮여 그 내용이 보이지 않는 한지 조각들은 우리의 삶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충돌의 결과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광영의 작업에서 한지 조각,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정보의 단위들’이 만나 생기는 경계, 그 사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효과나 긴장에 주목한다. 가나아트는 100년의 시간을 품은 고서의 이야기가 현재의 시공간에 다시 소환됨으로써 새로운 울림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집합>에서 나타나는 색채 사용의 단초는 1980년대 <빛> 시리즈
<빛>에서 보인 색채에 대한 애정, 구축적인 태도가 최근의 <집합>까지 이어져
전광영의 <집합>은 1995년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었다. <집합>의 전개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색채 사용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사실 전광영은 <집합> 연작을 갓 시작한 1995년부터 한지를 갖가지 색으로 물들이거나, 부적이나 신문지와 같은 재료를 사용해 화려한 색감이 강조된 화면을 구성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의 단초는 본 전시에 출품되는 1980년대 작업, <빛> 시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홍천에서 나고 자란 전광영은 어린 시절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색을 보며 받은 영감을 <빛> 시리즈에 옮겼으며, 이때 주로 캔버스에 마스킹 테이프나 길쭉한 띠모양의 작은 종이들을 흩뿌리고, 그 위에 날염안료나 화공약품을 혼합한 유성물감을 떨어뜨린 후 종이를 떼어 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로써 여러 색의 안료 혹은 종이의 흔적들이 중첩되고 평면임에도 공간감이 느껴지는 효과가 생기게 되었다.
<빛> 시리즈의 작업 과정에서 알 수 있듯, 평면 작업에서 일찍이 시작된 작가의 구조적이고 구축적인 조형 방식은 <집합> 시리즈의 토대가 되었고 부조와 같은 회화를 탄생시켰다. 후에 전광영이 작품의 언어적인 요소에 더욱 집중하고, 고서의 내용만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한지와 글씨의 고유한 색으로 이뤄진 회색조의 화면이 주를 이루기도 했는데, 다채로운 색채 사용이 다시금 나타나는 근작은 전광영이 화업 초창기부터 보여 온 색채에 대한 애정과, 평면에 공간감을 부여하고자 지속한 매체 탐구의 결과가 종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집합>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이 같은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작가 2001-전광영》과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인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에 출품되었던 작품들 총 네 점을 소개한다. 전광영이 꾸준하게 내면화해온 조각적인 감각은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선보인 대형 설치 작업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났다. 당시 출품작인 <Aggregation001-MY057>은 작가의 첫 입체 작업으로, 높이 3m, 지름 1.1m의 원기둥 열두 개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은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다섯 개의 원기둥으로 재구성되어 전시되었으며, 이번 전시에는 여섯 개의 원기둥으로 이뤄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형상의 설치 작업 <Aggregation19-MA023>은 영상 작업 <Eternity of Existence>와 함께 배치되어 눈에 띈다. 가로 폭 11미터, 세로 폭 4미터의 벽을 가득 메운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낙수는 마치 관람자를 집어삼킬 듯 시각적으로 경이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 두려움과 의아함을 증폭시킨다. 작가는 태초의 생명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Aggregation19-MA023> 작품과 영상 작업을 마주보게 놓아 수만 년의 시간을 품은 자연과 인간이 대면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밖에 주목할만한 작품은 병든 심장 모양의 대형 작업인 <Aggregation15-JL038>로, 이 역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에 출품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죽어가는 사람의 심장 소리와 함께 선보이는데, 이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의도다. 앞서 밝혔듯 <집합>은 인간사와 세계사의 굴곡을 투영하는 창으로, 이 작품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더욱 현실감 있게 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듯 인류가 겪은 역사와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전광영의 작업은 동서를 넘나들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전광영은 한국인 최초로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과 모스크바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로 선정된 그의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은 총 1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으며,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 홍콩 M+, 호주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중국의 하우 아트 뮤지엄(How Art Museum) 등 세계적인 기관에서 전광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최근 <집합>의 치유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기존 화면에서 표현하던 충돌의 상흔을 희망을 상징하는 밝은 요소와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가 전광영의 작품처럼 치유와 위로의 울림이 가득한 시간을 선사하기를 희망한다.
전 시 명 《Aggregations: Resonance, In-between》
주 최 가나아트
장 소 가나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28) 전관
일 시 2024. 12. 4 (수) – 2025. 2. 2(일) (총 61일간)
출 품 작 품 평면 16점, 설치 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