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현미
<우리의 내면 탐구: 행복을 향한 여정>
<우리의 내면 탐구: 행복을 향한 여정>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존감’, ‘행복’, ‘성공’, ‘소통’과 같은 키워드가 왜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지를 고민한 전시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많은 것이 가능해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내면의 빈곤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연결 되었으면서도 진정한 정서적 지지와 깊이 있는 소통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사회적 평가와 상대적 비교의 심화는 개인의 고립감을 키우고 있으며, 특히 SNS를 통해 드러나는 자기 인식 부족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심리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가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게 된 것도 현대인의 정신적 어려움이 날로 심해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SNS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는 2013년 사회학자 주창윤의 저서 허기사회에서 제기된 ‘정서적 허기’ 개념과 닿아 있다. 이 개념은 당시에도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으나,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의 내면 탐구: 행복을 향한 여정>은 이러한 현대적 배경 속에서 ‘잘 사는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예술적 접근을 통해 살펴본다. 박정근, 이인강, 이해강, 임형섭, 정주원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독창적 시각으로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비상, 평범한 영웅의 탄생>, <힘, 일상의 순간들>, <복잡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탄생>, <불완전하고 완벽한, 대화>, <확장, 연결의 삶>.
이 전시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며, 각 주제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포괄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보다 충만한 삶을 위한 요소들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넘어, 세상과의 복잡한 연결을 되돌아보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응원한다.
<비상, 평범한 영웅의 탄생>
박정근의 <틈> 시리즈는 개발도상국 출신의 아버지와 선진국 출신의 아들 간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 필자는 코로나 시대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목했다.
작품의 배경인 호텔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여기에서 아이들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대단한 힘이나 업적, 극복의 서사 대신, 순수한 즐거움과 작은 기쁨을 통해 새로운 영웅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영웅들이 극적인 상황에서 빛나는 존재라면, 이 아이들은 안정된 환경, 일상의 풍경에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희망을 상징한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외부의 기준에 의해 규정된 영웅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적 행위임을 깨닫게 된다. ‘영웅’이 란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다.
<힘, 일상의 순간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내가 내딛는 걸음이 곧 내 삶의 일부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정주원 작가는 이처럼 자신과 밀접한 문제들을 탐구하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그림 그리는 삶이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잘 보여주며, 이번 전시에 펼친 작품들도 나무를 빗대어 사람의 다양한 인생을 조망했다.
특히, <셀프 악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며, 스스로를 아끼고존중 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하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응원과 위로,웃음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주고, 이러한 경험이 우리의 존재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정주원의 작품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이미지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화폭 가득 섬세하고 밀도 있게 그려진 일상적 풍경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복잡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탄생>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감정으로 묘사된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서정적이거나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되지만, 이해강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 미학을 벗어난다. 그의 작품은 복잡한 선과 화려한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상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복잡하고 화려한 그림들을 보고 당황 할 수 있다.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명확히 규정될 수 없는 것처럼, 그 시각적 표현 역시 복잡하고 독특할 수 있음에 공감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해강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가 온 정성을 기울여 조성한 도깨비 공원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공간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듯, 작가는 스프레이 페인트와 유화를 중첩시키는 그만의 방식으로 도깨비 공원에서 찾은 이미지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찾아 하나하나 묘사한다. 작가는 이렇게 이미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대상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러한 작가의 행위가 우리를사랑이란 감정이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불완전하고 완벽한, 대화>
임형섭 작가의 <언캐니 다이얼로그>는 현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잉과 미디어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피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AI간 소통의 문제에 집중한다. 우리가 접하는정보들이 언제나 일관적이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특히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AI간의 소통에서 생겨나는 모호함과 불편함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인물의 대사와 자막 간의 불일치는 대화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상징하고, 소통의 중요성과 불일치에서 오는 불쾌감이 느껴진다. 또한 AI가 점점 인간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어도 여전히 어딘가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을 통해, AI가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소통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이해를 위해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나타내며, 작가는 진정성 있는 대화에서 삶의 행복이 발견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언캐니 다이얼로그>는 단순한 의사소통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서 소통이 가지는 역할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확장, 연결의 삶>
이인강 작가의 <드로잉 수트>는 작가가 부상을 입었던 시기를 거치며 탄생한 작품으로, 신체적 한계를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전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해강 작가의 페인팅을 X좌표 값으로 변환하여 데이터를 입력한 수트를 통해 구현된다. 이 수트를 착용하면 데이터가 자극 신호로 신체에 전달되고,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이 생성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신체적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신체와 기술,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착용자의 움직임이 작품의 본질적 요소로 작용하며, 기술을 통해 예술의 형태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신체와 감각의 한계를 넘는다.
또한, <드로잉 수트>는 단순한 신체 보완적 기술 장치가 아니라, 예술과 현실, 그리고 인간사이의 연결을 탐구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예술적 연결성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단지 창작자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작품은 신체와 기술, 예술이 융합된 경험을 통해 삶 속에서 확장과 연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인간의 경험과 관계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더불어 전시 오프닝에서는 이인강 작가의 <드로잉 수트> 공연을 통해 작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 공연은 녹화되어 전시기간 공개되며, 전시장에 설치 된 다섯 개의 모니터에서는 작품을 설치하는 작가들의 모습과 풍경 그리고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인간 본연의 작가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만큼 ‘작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깊게 살펴볼것이며, 움직임 워크숍을 통해 행복을 향한 걸음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