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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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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UNIT4 연말 기획전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

2024. 12. 06 ~ 2024. 12. 20

~1~6 PM

SpaceUnit4

서울시 중구 을지로 143 4

 

참여작가: 강석호, 강승희, 권수연, 구민지, 김성현, 김영현, 김철환, 김홍식, 남현지, 단스, 박선영, 서성봉, 손영원, 손영인, 신이명, 오민수, 이다슬, 이상호, 이수진, 이재원, 정희우, 조한상, 최낙준, 허태원 

기획: 강지선


을지로 143에 위치한 스페이스유닛4(SPACEUNIT4)에서 2024년 연말 기획전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가 12월 6일부터 12월 20일까지 열린다. 스페이스유닛4는 작가와 평론가가 함께 운영하는 예술실험공간으로 폭넓은 예술적,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스페이스유닛4는 매년 연말 그동안 전시에 참여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하나의 주제 아래 엮어내는 기획전을 선보여 왔다. 올해 연말 기획전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는 공통점과 차이, 그리고 관계를 주제로 삼아 서로 다른 작업이 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역설적 명제인 '우리는 우리가 서로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이번 전시는 ‘너’와 ‘나’의 고립과 분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공통분모 찾으려고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자 한다. 

데리다에 의하면 모든 타자는 전적으로 다른 독특성을 지니며, 그렇기에 어떤 동일성이나 유사성 아래로도 환원될 수 없다. 그리고 우정이란 우리 각자가 완전한 타자임을 인정하며, 그 자명한 진리에 대해 침묵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최소의 공통점조차 없고, 서로에게 철저한 타자들이라면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너’와 ‘나’는 고립되고 외로운 존재이지만 침묵을 딛고, 입과 마음을 열어 뜻밖의 공유지점을 발견하며 우정을 나누어오지 않았는가? 전시 제목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는 이러한 물음들을 담고 있다. 전시는 겉으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것들 간의 연결점을 찾아내고, 감춰진 비밀들 사이에서 공유경험과 감각을 발견해보려 한다. 24명의 작가와 5개의 이야깃거리를 바탕으로 느슨한 대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본다.


지극히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이다슬, 정희우, 서성봉, 신이명



‘지극히 자연적이고 인공적인’은 '자연', '인간' 혹은 ‘도시’ 간의 불분명한 경계선상에서 풍경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다슬은 쓸모없는 잡초 혹은 가짜 식물을 정성껏 가꾸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과 삶의 부조리를 시각화한다. 정희우의 작업은 탁본 기법을 활용하여 자연에 개입된 인간의 흔적을 기록한 것이다. 서성봉의 드로잉은 인식의 한계, 자연과 인간의 횡단을 표현하며 인간 중심적 사고로부터의 전환을 꾀한다. 신이명은 길 위의 파편들을 수집, 기록함으로써 땅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도시의 소외된 존재들을 성찰한다.


카오스코스모스                                                강석호, 손영인, 구민지, 단스



‘카오스코스모스’는 무질서와 질서, 생성과 변화, 현상과 본질, 그리고 의식과 감각의 관계에 관한 관심을 나타낸다. 강석호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학적 원리와 오랜 스케치 과정을 탐구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가 문명의 기본 원리와 과정을 잊고 결과(표면)만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손영인은 존재와 형상을 고정된 것이 아닌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잠재태로서 바라보며, 회화의 경계를 넘어선 생성 과정을 모색한다. 구민지는 전통 설화 속 생명체들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의식의 틈에서 부단히 부상하는 인간의 욕망과 환상, 비이성적 질서를 시각화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여름밤 열 시 반』에 등장하는 단어 '이슥한 밤'에서 영감을 받은 단스의 연작은 우연히 떠오르는 기억과 느낌을 시각화함으로써 일상적 질서에서 벗어난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점, 원, 몸과 관계                                                   손원영, 이수진, 남현지



‘점, 원, 몸과 관계’는 존재, 경계, 공간, 감각, 연결을 둘러싼 이야기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여기서 점과 원, 몸은 존재의 독립성이나 고립을 상징하면서도, 관계를 형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손원영은 무수한 점들이 흩어지고 포개지는 과정을 통해 '따로 또 같이'라는 관계의 역설을 시각화한다. 이수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람의 기류로 은유하며, 세포막 또는 몸의 구멍을 연상시키는 작업으로 바람이 드러내는 존재의 경계를 나타낸다. 남현지는 26명의 여성 화자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몸의 부위와 자신만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외로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이를 몸과 공간으로 확장하며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도 감각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흔들리는 존재와 장소들                          김성현, 김영현, 최낙준, 이상호, 박선영, 조한상 



‘흔들리는 존재와 장소들’은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장소가 직면하는 불안정성과 정체성의 쟁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들은 사라져가는 장소성과 존재론적 불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며,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김성현은 불특정한 존재들의 유령과도 같은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우울과 불안, 불안정한 정체성을 그려내고, 김영현의 착용하는 조각은 일상적 관계에서 겪은 내적 트라우마를 인체의 비대칭성과 기괴함, 시각적 불편함으로 나타낸다. 최낙준은 수집된 도시의 부산물이 불완전한 형상으로 서로 기대어 균형을 이루게 함으로써, 현대도시에서 존재와 생명, 사랑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상호는 눈을 감은 작가(데이비드 호크니와 조셉 코수스)의 초상을 통해 보는 것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본다는 것의 의미와 그 대상과 주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박선영은 장소의 상실과 부재 속에서 향수와 기억을 바탕으로 대안적 장소를 상상한다. 그의 사진 조각은 디지털 기술의 정밀함과 과거에 대한 감상적 복귀를 거부하며, 특수하나 유동적인 장소의 지형을 발견하고자 한다. 조한상의 작업은 아파트라는 익명화되고 균질화된 공간을 넘어서, 한 개인이 살아왔던 집으로서 특정한 기억과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주거 공간을 단순히 교환가능한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키는 현실에서도 개인적 서사가 깃든 고유한 장소성을 찾아보려 한다.



예술과 일상 그 어디엔가                  허태원, 권수연, 오민수, 강승희, 김홍식, 김철환, 이재원 




‘예술과 일상 그 어디엔가’는 예술과 일상의 간극을 잇거나 부각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또한, 일상의 경험과 사물들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권력 구조를 드러내며, 그 안에서 예술의 역할을 묻는다. 허태원은 반복되는 가사 노동인 ‘빨래하기’를 예술의 맥락 안으로 끌어들이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로써 예술과 노동 간의 차이, 작업의 의미, 작가의 행위가 무엇인지 질문하게끔 한다. 투명한 비닐 소재로 공중에 매달린 권수연의 작업은 예술과 일상 그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고 실체 없이 떠도는 ‘조각’도 ‘사물’도 아닌 그 ‘무엇(유령)’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민수는 게임과 군대의 시뮬레이션 훈련 경험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전쟁 풍경과 영웅서사를 만들어냄으로써 전쟁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강승희는 개인의 일상에 스며든 사회, 문화적 권력관계를 드러내며, 유토피아의 허상을 풍자한다. 김홍식은 조선시대 문자도와 거리미술(Street Art)의 형식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두 매체에 내포된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에 주목하며, 이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철환은 분쇄한 부산물 가루로 명품 아이콘을 만들고 뿌연 유리막을 씌워 자본 권력과 욕망의 허상, 보이는 것과 본질 사이의 틈을 탐구한다. 건축을 삶의 한 형태로서 바라보는 건축가 이재원은 을지로의 자생적인 문화와 건축,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기반으로 창의적이며 자립적인 삶을 지향하는 대안적 건축을 제시한다.                

                                                                                                                             글, 강지선  














SpaceUnit4, 《우리는 정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걸까?》 ,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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