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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미ㆍ최영숙전:이름 없는 이름-나는 나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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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순이 인생 空순이로 끝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밑거름 역할을 해 온 공장의 근로자들, 특히 열심히 미싱을 돌리고 염색을 먹이며 오빠와 남동생의 학비를 붙이며 집안의 신분상승을 위해 피땀을 흘렸던 여성 근로자들은 그들의 공로와는 달리 단 한 번도 사회적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 받은 적이 없었다. 3차 산업으로의 이행, 이후 정보 산업 사회로 들어서면서, 그들의 근로조건은 향상되었을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은 주로 공장들이 위치해 있는 경기도 및 지방 변두리의 지역적 위치만큼이나 주체가 아닌 '바깥'의 존재로서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변두리적 정체성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폄하한 '공순이'란 단어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름없는 이름: 나는 나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는 이러한 여성 근로자들의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채' 사회라는 큰 그림의 ‘여백’으로만 존재하는 그들만의 사회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없다/없다/없다 그리고 있다

나는 나를 목격할 수 없다/있다
나는 나를 증거할 수 없다/있다
나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있다
공장 갤러리 내 화장실의 자동문 구조를 이용한 텍스트 설치에 들어간 이 세 문장은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모든 결론이 ‘없다’로 끝나지만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있다’로 결론이 바뀌게 되어 있다. 대형의 ‘있다’라는 두 글자는 사회나 어떤 제도의 틀이 아닌 우리가 가진 저마다의 창의로운 잣대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목격해 내고 증거해 내고 상상해내야 한다는 이번 전시의 선언문에 가깝다.




공장 여인들의 명함 만들기

전시는 공장 내에 종사하는 생산직, 환경미화 여성들과의 인터뷰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정 내에서 동네에서 일터에서 그들의 자리, 혹은 본인이 스스로의 사회적 정체성을 무엇으로, 어떻게 인식하는 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로 이루어진 일상적 수다 형식으로 진행되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 스스로 현재의 일상, 일터에서의 개인적/사회적 관계 등에 대해 탐색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끌어내는 유도체로서, 명함이라는 결과물을 이용되었다.

명함은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가장 명쾌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제도적인 상징물이다.
한 개인이 속한 집단, 직위, 부서명을 통해 어디에서 일하며 무엇을 전문으로 하고 집단 내 지위는 어느 정도인지를 일목요연하게 드러내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명함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는 (다시 말해 제도적인 사회적 가치를 한 번도 인정 받아 보지 못한) 이들에게 자신들의 명함에 들어갈 컨텐츠를 고민하는 것, 그들의 산만하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공적인 명함의 형식을 디자인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사회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아 오히려 자유로운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나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함께 꿈꾸어 보기 위함이다.

결국 총 7명의 지원자들을 위한 명함이 제작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의 구절, 마음의 위안이 되는 절간의 이미지, 그 동안 다녔던 여행 지점들이 표시된 지도, 다시 찾은 신혼에 대한 설렘, 공장 생활 중 가장 특별한 기억, 활달하게 살고 싶은 앞으로의 바람 등, 개인의 이야기가 담김 명함들이 제작되었고 전시 오프닝을 통해 전달되었다. 개인적으로 전달된 것 외에 컬러풀하게 디자인된 명함들은 전형적인 회사 명함의 다자인 구조-흰색 바탕, 회사 로고와 검은 글씨들-를 갖춘 기존의 샘표 명함들과 함께 공장식당 유리벽 평면에 대형으로 전시되었다. 샘표의 명함은 본사 직원들과 공장 연구직들로부터 하나하나 직접 수거된 것들이다.




아울러 공장 내 근무하는 161명 모두의 이름을 명찰로 제작, 하나하나 액자에 장식하여 대형구조물을 전시된 <모두의 기념품>은 명함과 달리 사람의 몸(bare body)에 직접 부착되는 명찰(exposed name)의 사회적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찰계급의 특징은 몸으로 말하고 몸 자체로 사회적 권력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경찰이나 군인 등이 대표적인 명찰 계급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공장 근로자들의 유니폼에 새겨지는 이름들도 같은 맥락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전시가 끝나면 각 이름들은 해당 인에게 기념품으로 증정될 예정이다.




그 외, 영상자료로 기록된 명함 만들기 프로젝트의 모든 인터뷰 과정은 편집과정을 거쳐 15분 내외의 다큐멘터리 <당신은 누구십니까?>로 제작되어 전시 중이다.




바깥사람이면서 안사람인 그들의 개인적, 사회적 관계와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터뷰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 개인의 행복한 순간들이 포착되었고 이것들은 시각적인 코드로 재해석되어 공장 건축물을 상징하는 모형원통 구조물 안에 설치되었다. 관람자는 이제 공장을 저만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각 원통이 가진 작은 창들을 통해 공장 식구들이 각자의 삶을 견뎌내는, 세상을 점령하고 일구어 가는 다채로운 방식들을 공유하게 된다.




명함만들기에 참여한 생산 3팀의 생산라인에서 직접 채집된, 각 공정 별 다양한 소리들과 정체성에 대한 장난스런 대화 등 인위적 설정 등이 담긴 인터렉티브 사운드로 함께 설치되었다. 늘 듣는 공장 소리를 갤러리 안으로 들여와, 결국 가장 친숙한 것들을 타자화 함으로써 무심했던 현재의 일상에 대한 말걸기를 유도한다. 이와 대립되어 설치된 정체성에 대한 낯선 대화와 뽕짝 사운드는 결국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될 수 있는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를 드러낸다.




관람시간
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토ㆍ일 공휴일 휴관)
Tel. 031) 644-4615

서울 <-> 이천 샘표스페이스 무료 셔틀버스관련 문의
매달 견학 차량이 있는 날은 서울 - 이천 샘표스페이스 무료 왕복 버스가 운행되오니
사전에 일정 및 출발지 관련 문의하시고 많이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시설명
전시 기간 중 상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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