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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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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홍 설치전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08-06-05 ~ 2008-07-05

  • 참여작가

    잭슨홍

  • 전시 장소

    갤러리2 GALLERY 2

  • 문의처

    02-3448-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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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홍 展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the Real World)    6월 5일(목) ~ 7월 5일(토) 

작 가ㅣ잭슨홍

기 간l 6월 5일-7월 5일

장 소l 갤러리2 (문의전화: 02-3448-2112)

시 간l 화-토 10:00am-6:30pm

오프닝I 6월 5일(목) 7pm


전시내용

잭슨홍의 작업에는 언제나 디자인의 불안과 현실세계의 불안이 교차했다. 한편에서 정치적, 경제적 제약에 종속된 현실세계의 일부로서 현실세계에 대하여 건강하고 가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디자인의 불가능한 욕망을, 다른 한편에서 상업적 시각문화의 거푸집에서 찍혀 나오는 소비자/사용자의 장밋빛 유토피아를 엔진 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공회전하는 현실세계의 몸부림을 노출하면서, 잭슨홍은 멀쩡한 디자인 방법론을 기이하게 뒤틀어 위험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생산해 왔다. 한국에서의 세 번째 개인전인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은 이러한 궤적의 연장선상에서 뚜렷한 결절점을 형성한다. 


본래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은 디자인 이론가 빅터 파파넥이 1971년 발표한 동명의 책에서 제기된 것이다. 전후 서구 디자인계를 겨냥하여 피상적인 소비의 이상향에서 내려와 현실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라고 역설했던 파파넥의 <Design for the Real World>는, 1983년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소개되어 디자인계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디자인이 양적으로 성장하던 88 올림픽 전후의 한국에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하는 파파넥의 저서는 저자의 의도와 얼마간 다른 맥락에서 ‘디자인의 이상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사반 세기가 지난 현재, 디자인계는 내부적으로 업계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외부적으로 디자인의 사회적, 산업적 역량을 홍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디자인의 이상과 현실 간 괴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현실세계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은 유령처럼 견고하게 텅 빈 그늘을 드리운다.  


잭슨홍이 말하는 현실세계는 ‘유사시(IN CASE OF EMERGENCY)’로 압축된다. 실제로 작가는 일상적 용도의 물건들과 비일상적 용도의 물건들을—숟가락, 변기에서 야구배트, 도끼, 응급처치 용구에 이르기까지— 채집, 변용, 제작하여 “유사시 유리를 깨고 사용하시오 (BREAK GLASS IN CASE OF EMERGENCY)”라는 지시문 아래 봉인한 일련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렇게 변조된 물건들은 한번 깨뜨리면 두 번 다시 복원할 수 없는 케이스 안에 감금되어 일상적인 사용 가치와 의미의 맥락으로부터 잘려진 채 어떤 비일상적인 유사시에 대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한편, 유사시의 불길한 기운에 상시적으로 침식당한 일상을 노출하고 그에 대한 심리적 방어 기제로서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위험에 대비해 손에 잡히는 안전의 감각을 제공한다. 이처럼 위험과 비일상적 상황을 잠재적으로 통제된 형태로 일상에 통합함으로써 정상성의 유지를 보증하는 물건들은 쉽게 응결되지 않는 일련의 의미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유사시…> 시리즈의 하나인 “상식(Common Sense)”은 문자 그대로 ‘COMMON SENSE’라는 문구가 양각된 야구 배트에 케이스를 씌운 것이다. 여기서 야구 배트는 명백한—‘상식적으로,’ 하지만 암묵적으로—호신용 무기이다. 그렇다면 단 한 번, 상식의 이름으로 무기를 들어야 하는 ‘유사시’는 언제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다른 순간들을, 상식은 폭력과 피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관습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자신을 다독여야 할 것인가? 하지만 결국 상식을 세우기 위해 무기를—요철을 새기고 쇠막대를 박아 넣은 야구 배트를—들기로 결심했을 때, 그 얼굴은 대체 어떻게 보일 것인가? 우리는 그 얼굴로부터 얼마나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가? 이러한 폭력의 상시적이고 보편적인 유혹이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을 영속적인 유사시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명목상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될 (진)도구를 고안해 왔던 작가의 지난 행보에 비추어 볼 때, 이처럼 사용되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얻는 사물이 등장했다는 것은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하는 부분이다.  문제의 식별과 해결안의 도출이라는 전형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동원하여 역설적으로 디자인의 무능력—혹은 적어도 ‘능력의 한계’—을 노출했던 전작들과 달리, <현실 세계를 위한 디자인>에서 소개되는 최근 작업들은 주류 디자인과 현실세계의 어두운 음각화를 그려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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