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仁寺洞의 한 주는 수요일에 시작한다
한경진 기자 kjhan@chosun.com
조선일보 입력 : 2010.05.22 03:12 / 수정 : 2010.05.22 21:18
서울 인사동 냉면집 주인 이충형(34)씨는 5년 전 커피숍을 차리면서 가게 이름을 '수요일'이라 지었다.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동네와 달리 인사동의 한주는 수요일에 시작된다"고 했다.
인사동 관광안내소는 "수요일에 길 안내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주말과 비슷하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수요일에 안내를 받은 평균 시민 수(875명)는 토요일(890명)과 맞먹었으며 평일(658명)보다 많았다.
비밀은 인사동에 밀집한 갤러리에 있었다. 노암갤러리는 작년에 29번의 전시회 중 21번을 수요일에 시작했다. 계다빈(27)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는 "갤러리가 생긴 후 '대관(貸館) 전시'는 모두 수요일에 한다"고 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총 9개의 전시관을 운영 중인 인사아트센터 측도 "1년에 450여 차례 대관을 해주는데 대부분이 수요일에 시작해 화요일에 끝나는 일정을 따른다"고 했다.
김달진(55) 김달진미술연구소장은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수요일 전시 관행이 20년은 더 됐다"고 했다. 겨울에는 수요일 오후 5시부터 전시를 시작하고 여름에는 수요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사동 일대의 갤러리는 모두 150~2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화랑(畵廊)이란 이름을 붙인 표구사나 전시 없이 작품 중개만 하는 속칭 '나까마 화랑'을 빼면 90여곳이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청담동에서 갤러리를 하는 김모(60)씨는 "뉴욕의 첼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첼시의 갤러리들도 '특별한 요일'에 오픈하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수요일, 사설 갤러리는 목요일에 연다"고 했다.
"전시회에 초청하는 미술계 인사,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개 겹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동네별로 요일을 정하는 거지요. 문화계에서 일종의 규칙처럼 굳어진 것이지요."
▲ 인사동 갤러리들이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전시 오프닝 날짜를 수요일로 정한지는 20년도 더 됐다.‘ 수요일’이란 이름의 카페도 생겨날 정도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 홍익대 미술대학 최병훈(58) 학장은 "일주일에 수십장의 초대장을 받는데 인사동은 수요일에 2~3군데 전시를 둘러보고 오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수요일일까.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이영훈(41) 과장은 "관객 때문"이라고 했다. 주말에 어수선한 '시작과 끝'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요일에 전시를 시작하면 오프닝 행사 불참자를 주말에 다시 부를 수도 있다.
삼청동·청담동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청담동 카이스갤러리 이승권(38) 실장은 "청담동 일대의 갤러리들은 주로 금요일에 개관하다가 2년 전부터는 하루를 앞당겨 목요일에 많이 한다고 한다.
아직 삼청동에는 이런 풍경이 없다. 삼청동 K갤러리 관계자는 "갤러리 측에서 초청해 기획전을 하는 곳은 짧게는 10여일에서 한 달 이상 전시를 하기 때문에 어떤 요일에 시작하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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